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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docu story

나는 조개가 되고 싶다

by 에밀레 2009. 3. 23.

 <나는 조개가 되고 싶다>의 의미를 알려면 전범들의 평화운동을 이해해야 합니다.

전쟁범죄자가 된 사람들이 일본의 스가모 형무소로 이감되어 전범의 잔형을

치루고 있을 때 한국전쟁이 일어납니다. 일본은 재군비를 서두르지요.

이때 스가모형무소에서 일본의 재군비를 비판하고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나는 조개가 되고 싶다>는 이 시기에 나온 일본인 전범 가토 테츠타로의 <미친 전범사형수>라는 유서입니다.
가토테츠타로는 시무라이쿠오라는 필명으로 나는 조개가 되고 싶다라는 수기를 씁니다.


그가 쓴 수기의 조개의 의미가 담긴 부분을 소개할께요


천황은, 나를 도와 주지 않았다. 나는 천황의 명령으로서, 얼마나 싫은 명령이라도 충실하게 지켜 왔다. 그리고 평소부터 항상 勅諭(천황의 가르침)의 정신을, 나의 정신으로 하자고 노력했다. 나는 단 한번도, 군무를 게으름 피운 적은 없다. 그리고 중사가 되었다. 천황폐하여, 왜 나를 도와주지 않았습니까? 아마 당신은, 우리들이 어떻게 고생하고 있는지, 모르셨지요. 그렇다고 믿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미, 나는 뭐든지 믿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견딜 수 없는 일을 견디고, 참을 수 없는 일을 참으라는 것은, 나에게 죽어라는 것입니까? 나는 죽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결정되었습니다. 나는 죽을 때 까지 폐하의 명령을 지킨 셈입니다. 그러니까, 이미 당신에게 진 빚은 없습니다. 사실 당신에게 빌린 것은, 시나(支那)의 최전선에서 받은 78개의 담배와, 야전병원에서 받은 과자만이었습니다. 상당히 비싼 담배였습니다.

나는 나의 목숨과, 긴 시간의 고통을 바쳤습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좋은 말을 해줘도, 이제 속지 않습니다. 당신과의 빚은 땡입니다. 당신에게 빌린 것은 없습니다. 만약 내가, 다음에 일본인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해도, 결단코, 당신의 생각 대로 따라 하지는 않습니다. 두번 다시 군인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다음에 다시 태어나면, 나는 일본인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아니, 나는 인간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소나 말로도 태어나지 않습니다, 인간에게 괴롭힘을 당할 테니까.

반드시 다시 태어나야 된다면, 나는 조개가 되고 싶습니다. 조개라면 바다 속 깊은 바위에 붙어서 아무런 걱정도 없기 때문에. 아무 것도 모르기 때문에,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고 아프지도 간지럽지도 않습니다. 골치가 아픈 일도 없고, 군인으로 끌려갈 일도 없다. 전쟁도 없다. 아내나 아이를 걱정할 일도 없고, 반드시 다시 태어나야 된다면, 나는 조개로 태어날 생각입니다.


자신을 묶어 온 천황과의 결별, 일본인인 것에 대한 통절한 절망, 그 결말이 다시 태어나면 조개가 되고 싶다 입니다. 사실 가토테츠타로는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 인물과는 전혀 다릅니다. 그는 학도병이었습니다. 전범 재판에서 사형 판결을 받고 나중에 감형되어 살아납니다.


시나리오 작가 하시모토 시노부는 1958년 방송 드라마와 현재의 영화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그가 인용한 것은 마지막 유서를 쓸 때 나는 조개가 되고 싶다라는 부분 뿐입니다. 가토 테츠타로가 말하고자 했던 <나는 조개>가 방송 드라마와 영화에서 그 의미가 어떻게 전달되고 왜곡되는지 여러분들이 읽었으면 합니다. 한 일 양국에서 인기를 누리는 배우를 통해서 역사의 전달, 기억의 왜곡이 교묘히 어떻게 재생산 되는지 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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