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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koreanwar

UN 21 countries veterans to Korean war

by 에밀레 2009. 12. 22.

Vol1. Ethiopia : The Medal of One Birr
Vol2. Turkey : The Letter from Korea


이병용을 처음 만난 것은 2007년이었다. 그해 그는 한국전쟁 에티오피아 참전 용사 사진전시회를 열고 있었다. 그 당시 나는 태평양전쟁 한국인 전범들에 대한 다큐멘타리 제작을 하고 있었다. 전쟁과 포로 그리고 전쟁 범죄에 대한 작업이었기에 우연히 보게 된 이병용의 한국전쟁 에디오피아 참전용사의 사진 전시회는 나의 눈길을 끌었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한국전쟁의 참전용사들이 60여년의 시간을 넘어 그 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미망인과 참전용사의 어린 손자 손녀들이 관람객인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국전쟁은 이제 한국인들에게는 잊혀진 전쟁인가? 매일 같이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한 뉴스가 나오는데도 우리는 지난 한국전쟁에 대해서는 오히려 둔감하다. 분단 국가 대한민국, 60여년이란 세월이 흘러 그들은 잊혀지고 있었다. 나는 이병용의 사진을 보면서 부끄러웠다. 무관심 속에 그들이 살아 있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이 자유를 지켜준 숭고한 정신이 그의 사진 속 인물 한 장마다 담겨 있었다. 나는 잊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평화를 위해 치러진 희생을 잊고 있었다. 이병용이 일깨워준 부끄러움이 아니라면 나는 그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말했다. 앞으로 사진 작업은 10년 동안 진행 된다고 말했다. 나는 10년의 긴 시간 동안 진행되는 그의 사진 작업 구상에 놀랐다. 그가 그 약속을 잘 지켜낼 것을 바랐다.

이병용은 그 다음해 9월 터키로 사진 작업을 떠났다. 나는 그해 10월 태국과 영국에서 한국인 전쟁 범죄자들의 기록을 찾고 있었다. 이병용이 돌아온 것은 그해 12월이었다. 돌아왔다고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약속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약속은 계속 되고 있다. 나는 이병용이 자신과 한 약속이 잘 지켜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 약속은 이병용 개인과 자신에 대한 약속일 뿐 아니라 자유와 평화를 지킨 21개국 참전용사들에게 전해지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약속이자 메세지이기도 하다. 이병용은 2009년 3번의 터키 사진 전시회를 열었다. 2010년은 한국전쟁 발발 60년, 휴전 년이 되는 해이다. 2010년 그는 미국으로 떠날 계획이다. 나는 그의 사진 작업을 다큐멘타리로 제작하고 있다.

UN 참전국들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싸왔다기 보단, 자유와 평화수호를 위해 싸웠다. 자유와 평화 수호의 메시지는 이병용의 사진 작업의 약속이자 진정한 희망의 메시지이다. 그가 10년 동안 작업하는 21개국 유엔 참전 용사 사진 작업은 바로 자유와 평화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소중하다.

이병용은 사진작가로써 큰 명망을 얻은 작가는 아니다. 한국의 청계천이 새롭게 지어졌을 때 그는 청계천에 버려지고 묻힌 숟가락, 탄피, 바람에 날린 모자, 진흙 묻은 장화들을 찍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쓰레기 같은 것들이었다. 그러나 그는 버려지고 잊혀진 사물들 속에서 청계천의 시간과 이야기들을 건져 올렸다. 그가 수집하고 촬영한 1000여점의 사물들은 한국의 생활 근대사의 기록이다. 그 기록 속에는 한국인들의 애환이 담겨 있으며 추억이 덮여지는 개발의 자리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기도 하다. 주목하지 않는 사물과 기록, 그리고 성찰이 함께하는 이병용의 사진 작업을 통해 한국인 개인사와 생활사가 담겨졌다. “바로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의 발견 속에 성찰을 담는 그의 사진 작업은 그의 잠재력이자 그의 진정성이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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