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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tory

오딧세이 세한도

by 에밀레 2010. 1. 18.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천하를 유랑한 그림, 세한도.

세한도에는 시공간을 넘어선 백년 여정이 담겨 있다. 서양의 캔버스 문화에서는 담을 수 없는 동양 두루마리 그림만이 지닐 수 있는 독특한 문화 형태로 남아 전한다. 1844년 제주 유배지에서 그려진 세한도는 추사의 제자 이상적에 의해 당대 최고의 청학자들과의 국제적 교류 속에서 천하를 유랑했다. 그 후 1943년 말 추사의 연구자인 후지츠카에게 양도받아 전쟁의 폭격 속에서 간신히 소실을 면한 세한도가 이 땅에 돌아올 때까지 백 년 동안의 행로 또한 만만치 않다. 처음 108Cm의 두루마리 그림은 10미터가 넘는 발문이 적힌 그림이 되었다. 1945년 독립운동가이자 추사 연구자인 오세창의 발문이 마지막으로 쓰여 진 후 남겨진 여백은 아직도 후세의 발문을 기다리고 있다.

세한도에는 추사의 숨겨진 코드가 있다.

추사의 코드를 읽으면 세한도는 한층 가깝게 다가온다. 추운 시절을 그린 이 그림은 세상과 세태의 변화에 슬픔과 분노가 있지만 늘 한결 같은 인간에 대한 상찬을 그린 그림이기도 하다. 마음으로 보는 그림, 세한도는 거칠고 투박하지만 그림의 법식을 벗어난 추사의 정신과 영혼이 그려졌다. 푸른 나무들이 둘러쳐진 영혼의 집 한 채를 훔친 추사는 그 은처에서 세한도를 통해 제자에게 자신의 정신을 그린 엄혹한 리포트를 썼다. 그것이 세한도다.

세한도의 그림과 글, 그리고 글씨체를 풀어가면서 세한도 속에 숨겨진 그림의 감도를 입체적으로 높인다. 또한 과천문화원에 기증된 최근의 후지츠카 추사 연구 자료는 추사가 청조학의 대가였음을 입증하는 귀중한 것들이다. 그것을 토대로 추사의 연경의 행적을 추적하고 그의 학문적 교류를 찾아보면서 현장성과 현실감을 높이고 추사 예술의 정신적 아이콘이 된 세한도가 오늘에도 우리에게 전위의 정신적인 상징이 되고 있는지를 찾아본다. 올해 추사 김정희의 연경 200년이다. 대수롭지 않은 것 일지 모르나 요즘 세태에 견주어 지지않는 푸른 솔의 후조(後凋)의 정신을 되새길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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