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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안의 우주

Seeing with The Heart

by 에밀레 2009. 12. 24.
2007년 10월 해태갤러리에서 열렸던 손끝 조각전.
벌써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2010년 봄에 '손끝전.을 열자고 했던 조각가 김연.
지난 2년 동안 그는 서울 맹아학교 아이들과 미술수업을 했다. 

                  (2007년 10월 31일 프레시안의 기사.)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은 눈으로 볼 수만 있을 뿐 만지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손으로 만지는 전시가 열려 화제입니다. 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 '손끝으로 보는 조각전'이 지난 10월 19일에서 26일까지 해태 갤러리에서 열렸습니다.조각가가 꿈인 재선군도 이날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준비된 음성 해설을 들으며 작품 하나하나를 손끝으로 만져보았습니다. 참여 작가에게 작품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직접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재선군에게 이번 전시는 조각가의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한국에는 아직 시각장애인 미술가가 없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이 미술을 향유할 수 있는 시설이나 장치도 거의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번 전시의 총괄 기획을 맡은 김연(조각가) 씨는 작가이자 시각장애아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선생님이기도 합니다.


김연 인터뷰 : 저랑 같이 수업하고 제가 만나는 어린 친구들이 마음껏 미술을 향유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오기를 바라면서 이 전시가 하나하나 이 전시를 만나는 사람들에게 좋은 느낌으로 다가가고 좋은 씨앗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전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의 참여 작가는 모두 32명. 현재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여러 작가들이 취지에 동참해 작품들을 출품했습니다. 눈으로만 감상하면 놓칠 수 있는 다양한 재료와 형태 속에 많은 이야기들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지난 3회 전시('Seeing with the Heart' 2005년) 때도 참여했던 일본의 시각장애인 미술가 미쯔시마 타카유키 씨는 이번 전시의 오픈 공연에서 그룹 들소리의 음악과 함께 그림 퍼포먼스를 선보였습니다. 손끝의 느낌만으로 얇은 색테이프들을 투명한 아크릴 판 위에 붙여 이미지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특히 일반인들과 시각장애인이 함께 미술을 체험해보고 서로 교감할 수 있는 촉각회화 워크숍 '본 적이 없는 그림을 만든다'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참석자들은 눈가리개를 하고 시각장애인과 함께 조심조심 움직이며 작품을 감상했습니다. 체험자들은 같은 작품이라도 서로 다른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예기치 못한 대상을 만나 깜짝 놀라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뒤에 있는 작품을 찾지 못해 더듬거리고, 방향감각을 잃어 나가는 길을 헤매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촉각회화 워크숍 참석자 인터뷰 : 보지 않고 손으로 만질 때는 되게 복잡하게 느껴져요 모든 것들이. 그리고 어디서 뭔가 제게 던져질 것 같은 느낌.

전시장에서 손끝으로 감상한 느낌도 눈을 가리고 그려봅니다. 잉크가 손에 묻기도 하고 선들은 비뚤기만 합니다. 그림 같기도 하고 기호 같기도 한 결과물이지만 그 의미마저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촉각회화 워크숍 참석자 인터뷰 : 움직이면서 너무 무서웠는데 안대를 벗고 나서 전시장을 보니까 너무 좋은 거예요 그냥. 제가 보인다는 사실이. 그래서 웃음을 그렸어요. 털실, 단추, 비닐, 종이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그림책을 제작하고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일반인들의 이번 체험은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그들의 위치에서 이해하고 함께 소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연 인터뷰 :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전시를 준비하는 것이 특별하지 않은, 너무나 평범한 일이어서 더 이상 이런 전시를 하지 않아도 될 때까지 전시를 계속할 예정이거든요.

남바코지와 아이들이 똑딱이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그 과정을 영상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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